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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法 法 法… 量만 늘고 실속은 없는 '묻지마 발의'

입력 : 2011-03-21 21:06:39 수정 : 2011-03-21 21: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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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여건 완화의정활동 평가가 오히려 '부실' 양산
동료의원 요청에 이름만 올리는 '품앗이'도 비일비재
"입법 지원·모니터링 강화하고 '예고' 의무화해야"
국회의원 발의 법안 건수가 16, 17, 18대로 갈수록 폭발적인 증가세다. 하지만 입법 완성의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문턱을 넘는 비율은 그에 반비례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유는 뭘까.

◆발의 여건 완화와 의정활동 평가가 도리어 부실 입법·가결률 부채질


일단 의원 입법을 위한 발의 건수 자체가 늘어난 배경을 살펴보면 대략 답이 나온다. 법안 제출 증가는 긍정적으로 본다면 대의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민과 의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지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등 입법지원시스템이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로 법안을 만들 때 입법조사처에 도움을 청하는 의원은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의원 입법으로 제출된 법안이 부실·날림투성이라는 점이다. 법안 발의가 쉬워진 만큼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입법 전문가는 우선 17대 국회부터 의원 입법 발의 정족수가 20명에서 10명으로 완화된 것을 ‘엉터리 법안’ 무더기 양산의 한 요인으로 꼽는다. 입법의 번거로움이 절반으로 준 만큼 의욕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동료 의원의 요청으로 발의자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는 ‘품앗이 법안’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시민단체가 의정활동 우수 의원을 평가할 때 법안 발의 건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 관행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여론에 민감한 의원으로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실적 쌓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런 탓에 정밀한 검토 없이 발의 건수만 늘리려는 경향이 ‘묻지마 발의’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한꺼번에 발의하는 ‘새끼치기 법안’, 직전 국회에서 상정되지 못해 자동폐기된 법안을 손질해 쓰는 ‘재활용 법안’ 등 별별 사례가 있다. 부실 입법을 무더기로 낳는 주범이다.

◆입법 지원 강화와 입법 예고 의무화 등 대책이 절실

입법학계는 의원입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전진영 입법조사관은 21일 “법안 발의 실적 등 양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며 “그보다는 입법의 질 개선 또는 입법 효율성의 측면에서 달성한 최종 성과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의원 입법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립대 임성학 교수(국제관계학)는 “입법 지원 기능이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상·하원 의원 한 명에 붙는 법안 지원 인력이 수십명 수준”이라며 “우리도 국회 입법조사처 인력이나 예산을 늘리는 등 의원들에 대한 입법 보조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동시에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처리되지 않은 법안에 대한 처리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정부 입법처럼 의원 입법도 ‘입법 예고’를 의무화해 부실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법 공청회 내지 청문회 등 국민과 전문가 의견수렴 장치를 실질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김형구 기자 julye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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